義州(의주) 

                                               퇴계 이황

        구름기운 쓸쓸한데 지는 해 낮아지고

        산성 성문 닫히기를 앉아서 기다리니

        뿔피리 은은한 소리 서쪽으로 지나가.

        龍淵雲氣晩凄凄    鶻岫磨空白日低

        용연운기만처처    골수마공백일저

        坐待山城門欲閉    角聲吹度大江西

        좌대산성문욕폐    각성취도대강서

의주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다. 중국으로 사신으로 갈 때는 이곳을 거쳐서 압록강을 건넜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국경지방인 이곳까지 피신을 왔다. 이곳에서 얼마 가지 않으면 위화도에 있어 우리의 역사의 한 장도 알려준다. 최근에 압록강에 더 가까운 국경 부근에 신의주가 생겨 중국 단동 지역과 교역이 활발하여 견인차 역할을 하는 창구가 되었다. 목동의 뿔피리를 불며 지나가는 소리가 큰 강의 서쪽으로 지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골수가 하늘을 어루만지니 해가 낮아지누나(義州)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용연의 구름 기운이 저녁에는 쓸쓸하고 / 골수가 하늘을 어루만지니 해가 점점 낮아 진다 // 산성의 성문이 닫히기를 앉아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 (목동의) 뿔피리를 불며 지나가는 소리가 큰 강의 서쪽으로 지난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의주에서]로 번역된다. 의주는 평안북도 북서부에 있는 군으로 보리, 밀, 조 등이 많이 재배되고 소, 돼지 등의 사육도 활발한 도시다. 금산과 철, 니켈 등의 광산이 많은 곳이며, 명승지로 통군정, 위화도, 백마산성, 미륵사, 천리 장성의 일부 등이 있는 곳이다. 의주는 압록강을 배로 건너는 길목에 자리 잡고 발달한 교통의 요충지였으나, 철도 교통이 발달하고 압록강철교가 놓이면서 하류 쪽에 급성장한 도시가 신의주가 되었다.

 시인은 유서 깊은 의주에 도착하여 시심의 바구니를 가득 채웠던 것으로 보인다. 의주의 구용연의 구름 기운이 저녁이 되고나니 쓸쓸하기만 하고, 의주의 송악산인 골수가 하늘을 어루만지니 해가 점점 낮아 진다는 선경의 시상을 일구어냈다. 구용연과 송악산의 정기에 대한 대비된 시상을 일구면서 하늘을 어루만졌더니 해가 낮아지더라고 했다.

 화자는 생각은 더 깊어만 지면서 산성의 성문이 닫히기를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노라니 멀리서 목동이 뿔피리를 불며 지나가는 소리가 큰 강의 서쪽으로 지난다고 하는 그림만을 그려내고 있는 듯하나 후정까지도 듬뿍 담아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용연 구름 쓸쓸하고 해가 점점 낮아지네, 성문에서 기다리니 뿔피리 소리 지나가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유학자이다. 다른 호는 퇴도(退陶), 도수(陶叟)로 알려진다. 청량산 기슭에 도산서당을 짓고 후학을 양성하여 도옹(陶翁)ㆍ청량산인(淸凉山人) 이라는 별호도 사용했다. 좌찬성 이식의 7남 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한자와 어구】

龍淵: 의주의 구룡연(九龍淵). 雲氣: 구름 기운. 晩: 저녁. 凄凄: 쓸쓸하다. 鶻岫: 의주의 송학산(松鶴山)을 가리킴. 磨空: 하늘을 어루만지다. 白日低: 해가 낮아지다. // 坐待: 앉아서 기다리다. 山城門: 산성의 문. 欲閉: 닫고자 하다. 角聲: 뿔 소리. 吹度: 불며 지나다. 大江: 압록강(鴨綠江). 西: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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