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좋아한다. 선대(先代)의 지혜가 담겨있는 말과 뜻을 잘 새겨두면 21세기 첨단사회를 사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비슷한 말로 법고창신(法故創新)이라는 말도 있다.  

선대의 슬기가 집약적으로 담겨있는 경우로 고사성어 및 사자성어가 더 실감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물론 우리의 말과 글에 담겨있는 뜻도 소중하고 웅숭깊지만 간혹 사자성어가 더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종종 있다는 얘기다. 

담겨진 뜻도 비교적 명료하게 전달될 뿐 아니라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아 애용하는 편이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간혹 생경한 경우도 있겠으나, 한 두 개쯤 기억해 두는 것도 소통의 강화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될 듯 싶다. 

필자가 젊은 대학생들 혹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애용하는 것 한 두 가지를 소개해 본다. 

불가(佛家)에서 유래한 ‘무재칠시’(無財七施)는 거의 단골 메뉴다. 우리네 삶의 전반을 규정해 주는 것이 경제적 측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신의 가치와 내면의 가치를 우선한다고 주창해도 물질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 정신의 가치만 강조하다 보면 자칫 공허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마음과 배려하는 자세는 주변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요컨대, 가능하면 따뜻하고 밝은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眼施),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和顔施), 밝고 긍정적인 말을 주로 해주는 것(言施), 내 몸을 직접 사용해서 호의를 베푸는 것(身施),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을 발휘하는 것(心施), 때와 장소에 맞게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上座施), 굳이 묻지 않고 남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察施) 등을 말한다. 

열거한 행위들은 별도의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관건은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도 스스로 실천하고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권했으면 싶다. 

비슷한 맥락에서 채근담에 나오는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잘 잘못은 서릿발처럼 엄정하게 추궁하되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흔히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남의 탓만 하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경고의 메시지다. 소통 부재를 탓하는 요즈음의 풍토에서 이러한 마음의 자세는 출발점일 것 같다.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 동이불화(和而不同, ​同而不和) 역시 우리 현대인들이 지켜야 할 덕목일 것 같다. 

즉 “군자는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 중심(中心)의 원칙(原則)을 잃지 않는 반면, 소인은 기호가 같을 동안만 어울릴 뿐​, 각자의 이익을 다툴 뿐이며 부화뇌동(附​和雷同)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어찌 군자에게만 해당되겠는가! 

현대사회는 ‘관계의 그물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부문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팀워크를 중시하는 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타인들과도 원만하게 협동심을 발휘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업시대’(協業時代)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기 소신도 필요하지만, 아집과 구분하지 않아 소통부재로 이어진다면 주변을 힘들게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이 살면서 새겨야 할 명언들 중에는 선대의 지혜가 담긴 말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말이 나오게 된 배경과 역사를 알고 실천하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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