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大人說(대인설) 

                                             토정 이지함

        귀함으로 벼슬 않는 더 귀함은 없는 것

 

        부유하여 욕심 않는 더 부유는 없는 것   

        강함은 다투지 않는 것 현명한 것 그것이.

        貴莫貴於不爵    富莫富於不欲

        귀막귀어불작    부막부어불욕

        强莫强於不爭    靈莫靈於不知

        강막강어불쟁    령막령어불지

서울 오천에 사는 이씨는 대대로 부자였는데, 증손 현손에 이르러 가산을 탕진하고 홍씨에게 집을 팔았다. 대청 기둥 하나가 기울어져 무너지자 홍씨가 수리하던 중 은자 삼천 냥이 나왔다. 이씨의 조상이 간직하였던 돈이었다. 홍씨가 이씨를 불러 이를 주려고 하자, 이씨가 사양했다. 이렇게 홍씨와 이씨는 굳이 사양했다. 사람이 귀함은 벼슬하지 않는 것보다 귀한 것이 없고, 부유함은 욕심 부리지 않는 것보다 부유함이 없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강함은 다투지 않는 것보다 더한 강함은 없다네(大人說)로 번역해 보는 6언고시풍이다. 작가는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 1517~1578)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귀함은 벼슬하지 않는 것보다 귀함이 없고 / 부유함은 욕심 부리지 않는 것보다 부유함이 없다 // 강함은 다투지 않는 것보다 강한 것이 없고 / 현명함은 알지 못하는 것보다 현명함이 없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대인이 되는 한 마디]로 번역된다. 새집을 판 이씨는 “이 은자를 우리 조상이 간직하기는 했었겠지만, 그렇다고 증명할 만한 문서도 없고, 이 집은 이미 당신에게 팔았소. 그러니 그 은자도 역시 당신 것이오.”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소문이 관가에 들리자, 관가에서는 조정에 아뢰었다. 그러자 임금이 교서를 내렸다. ‘우리나라 백성 가운데 이처럼 어진 자가 있으니, 누가 주인인지 모르니 그 돈을 반씩 나눠 가지게 한 뒤, 두 사람 모두 벼슬을 내렸다 한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처럼 시인은 귀함과 부유함에 대한 역설적인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사람이 귀함은 벼슬하지 않는 것보다 귀한 것이 없고,  부유함은 욕심 부리지 않는 것보다 부유함이 없다고 했다. 귀하지 않는 것이 진정함 귀함이요, 부유하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부유함이라는 시상이다.

 천륜과 같은 금언의 한 방법으로 제시한 화자는 강함과 현명함에 대한 대답을 하게 된다. 강함은 다투지 않는 것보다 강한 것이 없고, 현명함은 알지 못하는 것보다 현명한 것이 없다고 했다. 전구에 이은 현명한 대답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벼슬하지 않아야 귀하고 욕심 없어야 귀하네, 다투지 않아야 강하고 알지 못해야 현명하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1517~1578)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문신·기인(奇人)이다. 일반적으로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져 있지만 근거는 없다. 역학·의학·수학·천문·지리에 해박하였으며 농업과 상업의 상호 보충관계를 강조했으며, 광산 개발론과 해외 통상론을 주장했다.

【한자와 어구】

貴: 귀하다. 莫貴: (뒷말과 연결되어 ~보다) 귀한 것이 없다. 於: ~보다. 不爵: 벼슬하지 않다. 富: 부자. 莫富:(뒷말과 연결되어 ~보다)부자가 아니다. 不欲: 욕심이 없다. // 强: 강하다. 莫强:(뒷말과 연결되어 ~보다)강하지 않다. 不爭: 다투지 않다. 靈: 현명하다. 莫靈: 현명함이 없다. 不知: 알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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