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國島(국도)

                                         봉래 양사언

        화려한 누각은 자주 빛을 쏟아 내며

 

        구름길을 따라서 신선들이 내려오고

        산들은 세상이 싫어 바다가로 날아드네.

        金屋樓臺拂紫煙    濯龍雲路下群仙

        김옥루대불자연    탁룡운로하군선

        靑山亦厭人間世    飛入滄溟萬里天

        청산역염인간세    비입창명만리천

이국의 정취라고 한다. 해운대 앞바다에서 보면 눈썹같이 보인 대마도가 남의 땅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 가까운 나라이지만, 막상 이국에 가면 자연과 공기맛까지 새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시인도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자연 뿐이겠는가.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낯선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더욱 그러한 감점을 갖는다. 화려하게 지은 누각 자줏빛 안개를 쏟아내고, 탁용의 구름 길 따라 신선이 내려오는 것 같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푸른 산도 사람 사는 세상이 도대체 싫어서 일까(國島)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1517∼158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화려하게 지은 누각이 자줏빛 안개를 쏟아내고 / 탁용의 구름 길 따라 신선들이 내려오는 것 같네 // 푸른 산도 사람 사는 세상이 싫어서 인지 / 만리 떨어진 하늘 아래 큰 바다로 날아드는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섬나라에서]로 번역된다. 섬나라 일본에 갔던 모양이다. 수도 도오쿄오(東京)을 가나,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를 가나 화려한 건물에 화려한 간판을 그들의 자랑으로 여겼다. 누각의 모양이나 크기는 건축물의 극치를 자랑할 양으로 거대하고 화려하게 꾸몄다. 그들 건축양식의 특징이라고 하기엔 심할 정도다.

 시인은 일본에 발을 딛는 순간 건축물의 화려함에 그만 취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화려하게 지은 누각이 자줏빛 안개를 쏟아내고, 탁용의 구름 길 따라 신선들이 내려오는 것 같네 라고 했다. 누각에 자줏빛 안개가 내리고, 용이 몸을 씻는 듯이 구름길 따라 신선이 내려왔다면 선경으로서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움의 극치를 덧칠하고 말았다.

 화자의 후정은 푸른 산의 그림자 모습에 따른 시인의 구성진 시적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푸른 산도 사람 사는 세상이 싫어서 인지, 만리 떨어진 하늘 아래 큰 바다로 날아드는구나 라고 했다. 높이 솟은 푸른 산 그림자와 물이 비친 산의 모습을 보고 큰 바다를 향해 날아 들었다는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시상의 밑그림이 튼튼함을 보여준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자줏빛 안개 쏟아내며 신선들이 내려오네, 푸른 산은 세상 싫어 큰 바다로 떨어지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1517∼1584)으로 조선 전기의 문인이자 서예가이다. 다른 호는 완구(完邱), 창해(滄海), 해객(海客)으로 했다. 양희수의 아들로 형 양사준, 아우 양사기와 함께 문명을 떨쳐 중국의 미산삼소에 견주어졌다. 1546년(명종1) 문과에 급제해 대동승을 거쳤다.

【한자와 어구】

金屋: 화려한 집. 樓臺: 누대. 拂紫煙: 자줏빛 안개를 쏟아내다. 濯龍: 용이 몸을 씻다. 雲路: 구름 길. 下: 내려오다. 群仙: 많은 신선. // 靑山: 청산. 亦厭: 또한 싫어하다. 人間世: 사람 사는 세상. 飛入: 날아서 들다. 滄溟: 푸른 바다. 萬里天: 만리나 떨어진 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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