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暴炎)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의 끝자락에 있는 필자는 한 여름 땡볕에도 부모님께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했다. 유례없는 장마나 폭우가 쏟아진 뒤에는 농사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마련이다. 그러면 삼복더위에도 부모님은 논밭에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 같다. 그래서 필자도 이렇게 사는 삶이 근면이라고 생각했고 또 이런 삶을 지향하며 살기도 했다.  

옛말에도 “일근무난사(一勤無難事)”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선대(先代)들도 근면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요즈음 같은 폭염에 무리하게 일을 하는 건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할 것 같다. 근면과도 거리가 멀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쉼이나 휴가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휴가는 재충전의 시간이지 멈춤이 아니다. 마침 신문을 보니 인상적인 대목이 눈에 띄어 소개하고 싶다. 하나는 노동운동을 비롯해서 시민활동가들에게 숨과 쉼이 돼주는 전북 남원의 만행사 ‘귀정사’를 소개하고 있었다. 활동가들에게 쉼터는 지친 활동가들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 10년간 무료 운영해 오고 있다니 인상적이었다. 100여명의 후원자들에 의해 활동가들이 이곳에서 쉬면서 건강도 챙기고 동시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하니 운영자의 속뜻이 깊다.  

또 하나는 리더(Leader)의 ‘휴가독서’에 관련된 글이었다. 휴가기간에 국정에 관한 것이든 혹은 경영에 관한 것이든 리더들은 휴가기간에 독서를 통해 재충전한다는 대목이었다. 물론 정치인의 경우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를 미리 고지해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하기도 한다. 

요즈음 정치권의 경우만 해도 너무 대결 위주로 흘러가서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판국이다. 정치가 국민들의 삶을 좀 더 평안하게 하고 동시에 사회 갈등의 중재 및 조정해서 합의를 이끌어 가야 하는 책무가 있는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스럽다. 부디 휴가기간에 민생을 챙기는 국정을 구상하고 또 독서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일반 서민들의 경우도 휴가기간에 독서는 여러 면에서 유익하고 좋다. 어느 도서관 앞 플랑카드를 보니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식은 부모를 읽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곱씹을수록 인상적이고 가슴에 와 닿았다. 

매체의 발달로 책 이외에도 적지 않은 정보를 접하며 사는 시대이다. 문자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추세이다. 오히려 영상이 더 익숙한 시대이다. 문자와 영상은 매체의 성격이 다른 만큼 수평적 비교는 적절치 않다. 또 각기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있으니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문자)가 주는 힘이 있다는 점마저 양보하고 싶지는 않다. 책을 통해 접한 정보는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는 생명력과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휴가철 산이나 바다로 가족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다. 다만 틈틈이 독서도 하면서 보낸다면 금상첨화다. 독서는 평소 본인이 관심을 갖고 있거나 흥미있는 분야의 책이면 될 것 같다. 인류에게 양식이 되는 책으로 검증받은 고전(古典)을 읽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자칫 흥미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고전의 강요(?)는 자제하고 싶다. 독서의 습관이 몸에 밴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독서에 관련된 글을 쓰다 보니 수나라 최표라는 사람의 행적도 소환된다. 그는 서재 입구에 “부독오천권서 무입차실(不讀五千卷書 無入此室)” 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를테면 ‘오천권 정도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방에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출입금지 팻말을 붙인 셈이다. 오만함도 엿보인다. 다만 독서량이 현저히 부족한 사람과 대화를 해도 수준차가 나서 소통도 제대로 안 되고 서로 시간낭비로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둔 경고라는 점에서 신선하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으로 서양의 어느 학자는 “ 책 한 권 읽은 사람을 경계하라!” 라고 일갈(一喝)했다. 이러한 말 행간에 담겨진 속뜻도 한번 헤아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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