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夜吟(야음)

                                            호연재 김씨

        삶이란 석자인 걸 시린 칼에 불과한데

 

        마음은 한 점 등에 붙어사는 신세여라  

        서러워 한 해 저무니 흰 머리가 더해가.

        生涯三尺劍    心事一懸燈

        생애삼척검    심사일현등

        惆悵年光暮    衰毛歲又增

        추창연광모    쇠모세우증

낮보다는 밤이 되면 무언가 허전해진다. 오늘 하루도 반성하고, 지난날도 회상한다. 걸어왔던 발자취를 낱낱이 회상하다 보면 허무함과 잘못됨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주섬주섬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후회덩어리이지만 삶이란 굴레에선 나의 차곡차곡한 역사이자 삶의 역경이다. 그래서 인생의 삶이란 시린 칼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마도 그랬던 모양이다. 마음은 한 점 등에 붙어사는 신세라고 했고, 흰머리 더함을 서럽게 생각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아! 서러워라, 한 해는 이미 저물어 가거늘(夜吟)로 번역해 본 오언율시 후구다. 작가는 호연재(浩然齋) 김씨(金氏:1681∼1722)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인간의) 삶이란 석자의 시린 칼인 것을 / 마음은 한 점의 등불이어라 // 아 아! 서러워라, 한 해 또한 이미 이렇게 저물어 가는 것을 / 흰머리 자꾸만 더하면서 나이 또한 하나씩 더해가는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깊은 밤에]로 번역된다. 호연재는 그 아호에서 보여 주고 있듯이 여중군자(女中君子)라는 뜻을 담아 호연재(浩然齋)라 했다 한다. 김씨의 9대손 송용억이 1777년에 [호연재시집] 간행하여 한시 72제 91수가 전하고, 1995년 15대손 송봉기가 [호연재유고]를 간행하여 [한시] 136수와 [자경편] 등이 전한다.√ 위 시 전구는 [달빛 잠기어 온 산이 고요하고 (月沈千嶂靜) / 샘에 비친 (수많은)별 빛 맑은 밤(泉暎數星澄) // 안개바람 댓잎을 스치고(竹葉風煙拂) / 비이슬 매화에 엉긴다(梅花雨露凝)]로 깊은 밤의 정경과 함께 서정성을 보인다.

후구인 위 시에서 시적인 자아는 인간의 생애를 석자의 칼에 비유하면서 오직 마음 한 점만이 이 세상을 밝게 가는 등불이라고 표현했다. 삶이란 석자의 시린 칼인 것을 마음은 한 점 등불이어라 라고 했다. 마음 등불 가자는 대로 인간은 그렇게 돛을 달고 가고 있지도 모르겠다.

 화자는 서러워라 한해는 저물거늘, 흰머리에 나이만 또 더하는구나 라고 하였다. 이렇게 또 한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데 흰머리가 나이를 더해만 간다는 인간무상의 심회를 노정하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삶이란 석자의 시린 칼 마음 한 점 등불이네, 한 해가 저물어 가니 나이 또한 더하는구나’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호연재(浩然齋) 김씨(金氏:1681∼1722)로 조선 후기의 여류시인이다. 안동 김씨로 군수를 지낸 김성달의 따님이다. 홍성에서 태어나 19세에 동춘의 증손인 소대헌 송요화와 결혼하여 28세에 아들 송익흠을 낳고, 딸을 낳았으며, 4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자와 어구】

生涯: 생애. 일생을 두고 이르는 말. 三尺: 삼척. 劍: 검. 心事: 마음. ‘心事’를 합하여 ‘마음’으로 표현함. 一懸燈: 한 등불이 달렸다. // 惆悵: 서럽다. 슬푸구나!로 쓰인 감탄사. 年光: 해. 한 해를 뜻함. 暮: 저물다. 한 해가 저문 것을 뜻함. 衰毛: 쇠약한 머리. 흰 머리를 뜻함. 歲又增: (한) 해가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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