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雙溪方丈(쌍계방장) 

                                       휴정 서산대사

        갯 마루 흰 구름에 동쪽 달빛 밝으며

 

        꽃비는 내려오고 스님은 앉아 있는데

        나그네 산새 소리에 잠이 들어 있구나.

        白雲前後嶺    明月東西溪

        백운전후령    명월동서계

        僧坐落花雨    客眠山鳥啼

        승좌락화우    객면산조제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워 나리의 운명이 위기에 있을 때 구국을 했던 이들이 많다. 임금은  그의 무훈을 높이 사서 정승을 내렸지만, 3일만에 도중하차했으니 그를 가리켜 삼일정승이라고 부른다. 전쟁의 후유증은 나라 안팎에 조용하지를 않아 일본 특사로도 다녀 오기도 했지만 조용히 쌍계사 방장스님을 찾기도 했던 모양이다. 꽃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스님이 앉아 있는데, 산새 소리만이 나그네의 단 잠을 가만히 듣고 있네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산새 소리만이 나그네의 잠을 가만히 듣고 있네(雙溪方丈)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휴정(休靜) 서산대사(西山大師:1520∼1604)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앞뒤 고갯마루엔 흰구름이 뒤덮여 / 동서쪽 개울에는 밝은 달빛이 밝기도 하구나 // 꽃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스님이 앉아 있는데 / 산새 소리만이 나그네의 단 잠을 가만히 듣고 있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쌍계사 방장스님을 찾아서]로 번역된다. 쌍계사는 경남 하동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충남 논산과 안산 대부도에 쌍계사가 있기는 하지만, 규모나 역사면에서 하동의 쌍계사를 따르지 못한다. 절에서 선원, 강원, 율원을 모두 갖춘 곳이 총림이다. 이런 절의 최고 책임자를 방장스님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참선하는 곳을 선원이라고 하는데, 선원을 주관하는 스님이나 그 분이 거처하는 방을 뜻하기도 한다.

 시인은 쌍계사에 있는 방장스님을 찾앗던 모양이다. 인생을 논하고 법통을 논하면서 시국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을 것이다. 쌍계사 앞뒤 고갯마루엔 흰구름이 뒤덮여 있고, 동서쪽 개울에는 밝은 달빛이 밝기도 하구나 라고 하여 쌍계사의 선경을 읊었다. 고랫마루에 흰 구름이 덮여 있었다면 한 폭의 그림이요 어슴프레 밤임에도 달빛이 비춰 더 없이 밝았던 모양이다.

 쏟아지는 발빛을 받아 미풍이 꽃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이었겠다. 꽃비를 맞는 가운데 방장스님이 앉아 있는데, 산새 소리만이 나그네의 잠을 가만히 듣고 있다고 했다. 선원이라고 부르는 절의 상황과 정경의 시주머니를 잘 열어 보였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고갯마루 흰구름이 동서 개울 밝은 달빛, 스님 앉아 꽃비 맞고 산새 소리 단 잠 자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1520∼1604)으로 조선 중기의 승려, 승군장이다. 호는 청허(淸虛)로 했다. 별호는 서산대사(西山大師), 백화도인(白華道人), 풍악산인(楓岳山人), 두류산인(頭流山人), 묘향산인(妙香山人), 조계퇴은(曹溪退隱) 등이고 법명은 역시 휴정으로 썼다.

【한자와 어구】

白雲: 흰 구름. 前後: 앞뒤. 嶺: (앞과 뒤) 고갯마루. 明月: 밝은 달. 東西: 동쪽과 서쪽. 溪: 계곡. // 僧坐: 스님이 정좌하면서 앉아 있다. 落花: 꽃이 떨어지다. 雨: 비. 여기선 ‘꽃비’를 뜻함. 客眠: 나그네의 단 잠. 山鳥: 산 새. 啼: (산새의) 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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