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田家(전가)[1] 

                                            연암 박지원

 

        늙은이 참새 지켜 비탈길에 앉았는데

        개꼬리 수수 이삭에 참새가 매달리고

        시골집 모두 나가고 사립문이 닫혔네.

        翁老守雀坐南陂    粟拖狗尾黃雀垂

        옹로수작좌남피    속타구미황작수

        長男中男皆出田    家田盡日晝掩扉

        장남중남개출전    가전진일주엄비

한가하기 그지없는 농촌 풍경은 1970년대 이후에 사라지고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한가한 그 농촌에 좋았고, 대가족제도 하에서 20여명이 넘는 식구가 옹기종기 앉아 밥을 먹었던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의 서툰 걸음마에 강아지가 뒤를 따르는 풍경도 그려진다. 늙은이는 참새를 지키며 남쪽 비탈에 앉았는데, 개꼬리 수수 이삭에는 참새들이 매달렸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시골집엔 하루 종일 사립문만 굳게 닫혀 있네(田家1)로 번역해본 율(律) 전구인 칠언율시다. 작가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늙은이는 참새를 지키며 남쪽 비탈에 앉았는데 / 개꼬리 수수 이삭에는 참새들이 매달렸구나 // 장남과 차남이 모두 밭에 나가고 있어서인지 / 시골집엔 하루 종일 사립문 굳게 닫혀 있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한가로운 농촌 집1]로 번역된다. 농촌의 풍경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늙은이가 그늘 밑에 앉아서 허수아비를 만들어 참새를 쫓고, 참새들이 수수나 벼이삭을 먹는 모습은 당시의 풍경이고 꾸밈없는 진풍경이었다. 요즈음 경운기가 운반수단이 되고, 트랙터가 논밭을 가는 그런 시대와 비교한다면 만감이 교차된다.

 시인은 꾸밈없는 농촌의 진풍경 속에 보았던 상황을 시상을 얽히고 있다. 늙은이는 참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지키면서 남쪽 비탈에 앉아 있는데, 개꼬리 같이 생긴 수수 이삭에는 참새들이 조잘조잘 매달렸구나 라는 시심을 일이켰다.

 화자의 후정은 시골집의 풍경과 사립문으로 향해 간다. 장남과 차남의 모든 식구들이 밭에 나가고 없어서인지, 시골집엔 하루 종일 사립문이 굳게 닫혀 있네 라는 시상을 떠올렸다. 한가하기 그지 없는 진풍경이다.

 이어지는 후구에서는 [솔개가 병아리 채 가려다가 더는 못 낚아채니 / 박꽃 핀 울타리에 닭들 울음이 시끄럽구나 // 젊은 아낙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개울 건너는데 / 벌거숭이와 누렁이가 졸랑졸랑 따라가는구나]라는 시상으로 시문을 닫게 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늙은 참새 남쪽 비탈 수수 이삭 참새 달려, 장남 차남 밭에 나가 사립문만 닫혀있고’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 학자이다. 다른 호는 연상(烟湘), 열상외사(冽上外史)다. 아버지가 벼슬 없는 선비로 지냈기 때문에 할아버지 박필균이 양육하였다 한다. 처숙 이군문에게서 수학하고, 1752년(영조 28) 전주이씨 보천의 딸과 혼인했다.

【한자와 어구】

翁老: 늙은이. 守雀: 참새들 지키다. 坐: 앉아 있다. 南陂: 남쪽 언덕. 粟拖: : 수수 이삭. 狗尾: 개꼬리.  개꼬리 같은 수수. 黃雀: 참새. 垂: 매달려 있다. 늘어지다. // 長男: (늙은이의) 장남. 中男: (늙은이의) 차남. 皆: 다. 出田: 논밭에 나가다. 家田: 농촌의 집. 盡日: 하루 종일. 晝: 낮. 掩扉: 사립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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