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채 (광양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허형채 (광양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최근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인명피해를 동반했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하는 가운데 재난상황에서 유관기관 간 신속하고 긴밀한 공조 중요성을 깨닫게 한 일이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있었다.

지난 달 22일 오전 1시40분쯤 지하주차장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민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광양소방서 대원들은 지하주차장 접근을 시도했지만 시커먼 연기로 인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발화지점도 찾지 못했다.

이때 광양경찰서 직원들이 관리사무소 CCTV 확보해 지하 2층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 시작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무전으로 소방관들에게 전달해 발 빠르게 어둠을 뚫고 진입하도록 도왔다.

필자도 소방관에게 지하 2층 경로를 알려주고 경비실로 달려가 주민대피를 위한 방송을 요청했으나 화재로 인한 서버 셧다운으로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경비원은 비상 방송앰프를 이용해 이날 오전 2시10분쯤 화재 발생을 알렸다.

화재 안내방송이 나가자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수천명이 갑자기 밖으로 나오면서 '우왕좌왕' 혼란에 빠졌다. 유독가스와 연기가 지하2층에서 환기구와 계단을 통해 아파트 각 세대 등으로 유입되면서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대응이 빛났다.

당시 현장을 지휘하던 광양경찰서장과 직원들은 놀란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일반전화와 인터폰으로 빗발치는 신고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아파트 경비실을 현장 콘트롤 타워로 삼은 경찰은 119상황실과 112상황실에서 오는 무전과 함께 경비실로 걸려오는 전화를 번갈아 받으면서 현장에 있는 경찰, 소방관들과 상황을 공유했다.

구조요청 등 신고가 들어온 동・호수를 무전기와 핸드폰으로 현장에 알려주면 소방관과 경찰은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 주민들에게 공기 호흡기를 끼워주고 안전하게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아냈다. 

또 아파트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누르는 등 화재사실을 알려 주민들이 안전히 대피할 수 있게 유도하면서 숨을 실수 없는 매캐한 냄새와 유독가스가 계단으로 올라오고, 걸을 수 없는 노약자를 22층에서 업고 1층까지 내려오신 소방관에게 생명의 은인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오전 2시13분쯤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 발령으로 광양시에 있는 장비 47대와 대원 및 유관기관 인력 171명이 투입됐다. 화재 진화와 주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광양시 전역 구급차는 물론 순천신대, 왕조, 해룡, 연향 구급차와 여천소라 구급차 등 수십대가 여천 전남병원 외 전남 동부권 11개 병원으로 연기를 흡입한 환자 61명을 분산 이송했다.

주순선 광양부시장과 직원들도 임시대피소를 확보해 노약자와 어린이 등 130여명을 인근 마로초등학교 강당으로 빠르게 대피시키고 구호물품과 생수를 배부했다.

필자는 긴박했던 이날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형재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유관기관 협조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울러 선제적 조치를 통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막아주신 서승호 광양소방서장 이하 소방관 여러분, 최병윤 광양경찰서장과 직원들, 그리고 정인화 시장과 직원 등 새벽까지 현장을 지키면서 주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특히 신속하게 불을 끄고 아파트 지하 유독가스와 연기도 마지막까지 대형 흡입기로 뽑아주신 광양소방서에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