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어김없이 ‘추석밥상’에 쏠린 민심의 향배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같았다. 과거에 비하면 덜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명절이면 흩어진 가족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가족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치에 대한 얘기는 자칫하면 지지하는 쪽이 달라 ‘집안싸움’까지 번지는 경우가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래도 정치 얘기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총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있건만 벌써부터 선거에 관한 이슈들이 뉴스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치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와 같은 속성을 지닌다. 따지고 보면 정치만큼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도 없다. 

각종 민생 법안을 바롯해서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치권의 합의 및 중재를 통해서 법안의 시행을 거쳐야 실효성을 갖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 입장에서도 당연히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판 전쟁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필자는 스포츠와 선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구상에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서 귀중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고통을 받거나 재산의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보편적인 형태는 아니고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마치 전쟁을 치르듯이 스포츠와 정치판도 상대가 있어 승패를 가늠하기 마련이다. 

현대판 전쟁의 하나로 선거판도 이러한 경우다.  

선거는 하나의 축제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건 승자 쪽에 국한되거나 이상론에 머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정치는 엄연하고 냉정한 현실론에 더 가깝다.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치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는 좀 심한 편이다. 승자 쪽에 과도하게 주어지는 권한이 축소되지 않는 한 선거가 현대판 전쟁의 범주를 탈피하지 못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지자체장 등 선출직 정치인들은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잠시 위임받은 대리인들이다. 

과거에 비하면 시민들 대하는 마음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속내는 권력을 향유하고 누리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요즈음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내년의 총선에 올인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만큼 차기 의회 권력이 어느 정당이 주도권을 갖느냐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정파적 입장에서 보면 사활이 걸린 셈이다. 

향후 정국 주도권의 키를 어느 세력이  쥐느냐에 따라 앞으로 각종 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추석 밥상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치 얘기로 집안이 어색해지는 집들이 적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찌보면 현대사회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로 인해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 나라를 걱정하는 세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모든 책임이 정치인에게만 있는 건 아닐지라도 정치인들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본다. 

어차피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전쟁을 치르듯이 할 것이면 상대편이 못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잘하고 싶은 것 위주로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민심을 챙기는 마음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렇다. 

선의의 경쟁과 민생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이런 원론과 상식이 정치권에도 통했으면 좋겠다. 정치권에서 자세를 전환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회 권력의 향배 이전에 우선 민생을 챙기고 민심을 잘 살펴보려는 정치인들의 분발과 자세전환을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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