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산중) 

                                             율곡 이이

        약초를 캐려다가 오던 길 잃었는데

        온 산에 봉우리들 단풍 속에 묻히고

        산승이 물 길러 오니 숲속에서 연기나.

        採藥忽迷路    千峯秋葉裏

        채약홀미로    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    林末茶煙起

        산승급수귀    임말다연기

깊은 산중에 들어가면 방향감각을 잃을 수가 허다하다. 나침반이 없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해가 떠있다면 그림자를 봐서도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겠지만 구름이라도 끼면 더욱 알 수 없다. 깊은 산중에서는 들어가면 더욱 그렇다. 시인은 사찰을 찾았던 모양이다. 잘 알고 있는 스님이 보이지 않아 산 속으로 물을 길으러 갔다고 한다. 산승은 물을 길어 돌아가고 있는데, 수풀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새록새록 일어나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수풀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새록새록 일어나네(山中)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율곡(栗谷) 이이(李珥:1536∼1584)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산중에서 약을 캐려다가 문득 그만 길을 잃고 말았는데 / 온 산봉우리는 단풍 속에 깊이 묻혀있구나 // 산승은 물을 길어서 그만 돌아가고 있는데 / 수풀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만이 새록새록 일어나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산중에서]로 번역된다. 심마니들은 깊은 산에 들어가야 산삼을 캘 수 있단다. 온 산을 뒤진다고 산삼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산삼 밭을 만나야만 캘 수 있다. 산초들은 독이 없는 한 대체적으로 나물이 되고, 약초가 된다는 것이 약초 상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깊은 산에 들어가 자칫 길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 이럴 때는 만감하지 그지없다.

 시인도 그랬던 모양이다. 약초를 캐러 갔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산중에서 약을 캐려다가 문득 그만 길을 잃고 말았는데, 온 산봉우리는 단풍에 깊이 묻혀있구나 라고 했다. 산중에서 길을 잃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단풍에 그만 취하여 이리저리 구경에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우연히 화자는 아담한 절을 발견했다. 길 잃은 나그네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픈 기대감에 반가웠겠다. 절에 도착하자마자 산승은 물을 길어서 돌아가고 있는데, 저쪽 수풀 끝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면서 차 달이는 연기가 새록새록 일어나네 일어났다고 시상을 이끌어 냈다. 목마른 참이 군침이 도는 정경이었으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약 캐다가 길을 잃고 단풍 깊이 묻혔구나, 산승은 물을 긷고 차 달인 연기 일어나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율곡(栗谷) 이이(李珥:1536∼1584)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다른 호는 석담(石潭), 우재(愚齋)로 했다. 1548년(명종3) 진사시에 13세 나이로 합격했으며, 조광조의 문인인 백인걸에게 학문을 배웠다. 1554년 금강산으로 들어가 불교를 공부했으나, 이듬해 하산했다 한다.

【한자와 어구】

採藥: 약초를 캐다. 忽: 홀연히. 迷路: 미로. 가던 길을 그만 잃다. 千峯: 온산 봉오리. 秋葉: 가을 잎. 여기에선 ‘단풍’을 뜻함. 裏: 속에. (단풍) 속에 갇혔다. // 山僧: 산 승. 汲水: 물을 긷다. 歸: 돌아오다. 돌아가다. 林末: 나무 끝. 茶煙: 차 달이는 연기. 起: 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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