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10・19 사건( ‘여순사건’ 혹은 ‘여순항쟁’으로 불리우기도 한다)이 발발한 지도 75주년을 맞이했다. 현대사의 비극이자 지역사회의 아픔으로 오랫동안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여순 10・19는 2021년 ‘여수 ‧ 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여순 10・19 특별법’)의 통과로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련된 사안의 진전 속도는 여전히 더디고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별로 실무위원회와 여순사건 위원회 지원단 등이 조직되어 희생자 및 유족들의 실사를 통해 피해 규모나 실태가 조금씩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다. 또 ‘여순 10・19 특별법’의 통과로 여순 10・19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들(혹은 유족)을 포함해서 지역 사회도 적어도 ‘좌익분자들’ 혹은 ‘빨갱이’가 주동이 된 사건이라는 누명은 벗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여순 10・19의 실체적 진실이 다 밝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민감한 자료나 정보들을 수집해서 온전하게 실체적 진실을 구명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들이 산재해 있다. 지역의 대학 혹은 민간 연구소 차원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의 채록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여순 10・19와 관련해서 광양은 그 중심의 영역에 있다. 여수・순천과 인접한 지리적 요건도 그렇고 실제로 피해도 많이 입었다. 광양은 백운산이 자리해 있는 만큼 관련자들이 본거지로 활동한 무대가 광양 백운산 일대인 점도 주목할 점이다. 따라서 광양도 이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양에서도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여순 10・19를 조명하고 실체적 진실을 구명하려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시민들의 공감을 더 확산하면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 요건들도 수반되어야 할 것 같다. 

아래에 제시되는 것들이 원론적이고 일반적인 사항도 있지만 난마(亂麻)처럼 얽혀 복잡할 때는 원칙론에 충실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우선 광양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닐진대 여전히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의 확산 및 공감이 요구된다. 일부 유가족들의 문제로 국한시켜 버리면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민들 각자의 삶도 바쁘지만 대한민국의 현대사 및 지역사회의 비극적 사건으로 역사인식의 차원에서 공감대를 더 확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광양지역 유적지 및 백운산 등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 코스 개발도 더 보완되었으면 싶다. 

동시에 이것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이 당연히 뒷받침 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세대의 역사교육 차원에서 교육청을 통한 일선 학교에 여순 10・19 관련 교육도 체계적으로 수반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여순 10・19 관련 연구 및 행사가 단발성이 아닌 항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의 구축이 요구된다. 

10월에 들어서면 단발성으로 개최되는 여러 행사들도 있지만 꾸준하게 자료를 새롭게 발굴하고 조명하는 작업들이 지속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구축이 요구되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및 출판을 통해 여순 10・19 관련 연구가 더 활성화 되어야 한다. 동시에 후속 세대의 양성 및 학술 저변의 확대가 요구된다.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의 확대와 공감을 위해서는 문화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도 요구된다. 역사적인 차원의 접근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 미술, 연극, 음악, 영화 등을 통한 다양한 장르 의 접근 나아가 문화예술 차원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가족들의 역할이다. 현재의 진전 상황을 놓고 볼 때 유가족들의 마음이 급하고 억울한 심정도 일부 헤아려 지지만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에 한 축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유가족의 분열이나 무관심은 여순 10・19의 공감대 확산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순 10・19 특별법’이 통과 되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각기 사정도 있고 다소의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여타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서 미비점을 보완하면서 광양지역이 모범적인 선례로 남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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