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坐(야좌) 

                                                 강정일당

        깊은 밤 활동 멎어 고요에 묻어 두고

        소슬한 빈 뜰에 하얀 달빛 밝아 오며

        마음이 맑고 맑아서 내 성정을 보노라.

        夜久群動息    庭空晧月明

        야구군동식    정공호월명

        方寸淸如洗    豁然見性情

        방촌청여세    활연견성정

한 낮보다는 어두운 밤이면 많은 사색에 잠긴다. 지나온 일도 회고하고, 앞으로의 일도 설계 한다. 만났던 사람, 만나야 할 사람을 떠 올리는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그릇이나 더 채워져야 할 시심의 주머니도 가만히 회상해 본다. 어쩔 때는 너무 왜소하고 너무 작아 보이기만 한다. 가느다란 성정도 보인다. 내 마음이 이리도 깨끗하여 씻은 듯이 맑기만 한데, 활연하게 내 성정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 것만 같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활연하게 내 성정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 것 같네(夜坐)로 번역되는 오언절구다. 작자는 강정일당(姜靜一堂;1772~1832)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밤이 깊어 온갖 (동식물의) 활동은 조용하게 멎었고 / 빈 뜰에는 흰 달빛만이 밝게 비치는구나 // 내 마음이 이리도 깨끗하여 씻은 듯이 맑기만 한데 / 활연하게 내 성정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 것만 같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한 밤중에 앉아서]로 번역된다. 흔히 스님들은 좌선(坐禪)한다고 한다. 선방에 들어서면 앉아서 선의 세계에 몰입하여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는다 한다. 보통 사람들도 스님이 아니라도 조용한 밤에 좌선하는 마음으로 앉아서 지나온 과거도 생각하고, 굽이굽이 인간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시제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시심을 발휘했던. 한 밤 중에 앉아서 좌선의 경지에 들었던 모양이다. 밤이 깊어 온갖 동식물의 활동은 조용하게 멎었고, 빈 뜰에는 흰 달빛만이 밝게 비치는구나 라고 했다. 밤이 되었어도 잠은 오지 않고 이처럼 조용한 밤이 되면 지난 날을 회상하는 조용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시간이었으리라.

화자는 속살을 드러내 보이면서 번듯하게 보았던 것 같다. 내 마음이 이리도 깨끗하여 씻은 듯이 맑기만 한데, 활연하게 내 성정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 것만 같다네고 했다. 자신의 마음이 깨끗하다고 말할 정도였다면 이미 신선의 경지에 들어섰거나 아니면, 만년의 삶을 되돌아봐도 부끄러움이 없는 삶이었음을 보게 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밤이 깊어 조용한데 흰 달빛만 비치구나, 마음 이리 깨끗한데 내 심정만 보고 있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강정일당(姜靜一堂:1772∼1832)으로 조선 후기 여류시인이자 성리학자이다. 정조, 순조 대에 활동했다. 호는 정일당(靜一堂)이다. 강희맹이 10대조이다. 황운조 등의 필법을 이어받아 해서를 잘 썼으며, 시문과 경서에 뛰어난 능력을 구사했다. 시문집으로 <정일당유고>가 있다.

【한자와 어구】

夜久: 밤이 오래다. 밤이 깊다. 群動息: 모든 움직임이 쉬다. 庭空: 정원은 비어있다. 晧月: 흰 달빛. 明: 밝다. // 方寸: 한 치 사방의 넓이라는 뜻. 여기에선 작은 ‘마음’. 淸: 깨끗하다. 如洗: 씻은 것만 같다. 豁然: 활연. 환하여 트여 시원하게. 見: 보다. 性情: 설정. 사람의 성질과 고운 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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