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솔직히 음악엔 ‘젬병’이다(그렇다고 노래까지 못한다고 속단하지는 마시길!) 중・고 학창시절 음악이나 미술시간이 조금은 곤혹스러운 기억이 있다. 가령 음악시간에 음정을 못 맞춰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하고 아니면 미술시간에 스케치를 한다든지 할 때 잘하지 못한 편이었다. 그래서 음악이나 미술은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서 별 다른 노력은 기울이지 못한 채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악기를 하나 다루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 어찌하다 보니 잡기(당구, 장기, 바둑 등)에 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관심도 적은 편이었다. 젊은 시절 단백하고 단조롭게 보낸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생각해 보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제외하고는 배워두면 다 쓸모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적어도 우선 악기 하나 다루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프로(?)의 경지나 완숙의 단계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틈날 때 다정한 친구 대하듯 늘 가까이 하면서 즐기는 정도로 소박한 수준이면 족할 것 같았다. 여러 면에서 삶에 보탬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가 시간도 적절하게 활용하니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삶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도 하면서. 

그럼 어떤 악기를 배울지 생각해 봤다. 배우기로 하면 여러 종류의 악기도 있고 각기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 몇 가지 생각해 봤다. 중・장년층의 폐활량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색소폰도 생각해 봤으나 대학시절 독학으로 조금 배우다 포기한 통기타에 우선 마음이 끌렸다. 아내도 “기타치는 남자가 왠지 멋있게 보인다”고 거들었다.  

그러던 차 가을 학기에 시민들 대상으로 하는 ‘통기타 교습’ 과정이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감 앞두고 가까스로 등록했다. 등록을 해서 수강생 면면을 얼핏 보니 나처럼 초보자(?)는 20여명의 수강생 중 7-8명쯤 되는 듯 싶었다. 다행히 초보자들이 끼어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처음엔 강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코드를 익히고 손에 맞추기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부지런히 복습도 하면서 겨우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아내도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인지 몰라도 기타 초보자가 치는 듣기 거북한 소리도 묵묵히 감당하면서 응원해 주고 있다.(기타 연습을 할 때는 집안 일도 일절 시키지 않는다!)

내 딴엔 중도에 포기만 안 해도 그런대로 성공적(?)이라는 느낌으로 익히고 있는 중이다. 손가락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보니 코드 잡을 때 헤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기타 코드를 익혀가며 연습하다 보니 손가락에 물집도 생기고 지금은 옹이가 생길 정도이다. 배움의 의지와 열정의 흔적이 밴 상처라고 생각하니 은근히 뿌듯하다.    악기뿐만 아니라 각종 스포츠를 비롯해서 음악이나 미술 등 예능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경우든 완숙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공짜는 없는 셈이다. 

필자도 ‘치유의 글쓰기, 지혜의 인문학’을 개설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종종하는 입장에서 이번 통기타 입문은 배우는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은 헤아려지게 되고, 동시에 강사들의 입장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어느 분야이든지 실력이 향상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배우는 기쁨을 향유할 수 있을 때 그 삶은 더 알차고 지혜로워 지는 건 아닐지.  

기타 강습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마주친 강사의 한 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배우면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오래 하는 사람이 기타를 제일 잘 쳐요”  

평범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 같다. 동시에 기타에 국한되지 않는 배움의 기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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