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美人(증미인) 

                                                     송파 조휘

        길나서기 부끄러워 비단으로 가리는데

        하늘의 구름 사이로 달빛이 흐르는 듯

        한 움큼 가는 허리는 석류꽃과 같구나.

        惹羞行路護氷紗    淸夜輕雲漏月華

        야수행로호빙사    청야경운루월화

        約束蜂腰纖一掬    羅裙新翦石榴花

        약속봉요섬일국    나군신전석류화

여인네들의 일반적인 성향은 예뻐 보이려고 한다. 예뻐 보이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옷과 짙은 화장을 꼽을 수 있겠다. 옷을 맵시 있게 입으면 예뻐 보이고, 화장을 짙게 하면 미인의 한 경지에 도달하는 듯한 황홀경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체적으로 여인네들은 그렇게 한다. 옷이 변변치 않아 길나서기 차마 부끄러워 흰 비단으로 가리니 슬쩍 동여맨 가는 허리 한 움큼밖에 안되니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새로 지어 입은 비단 치마는 석류꽃과 같아라(贈美人)으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송파(松坡) 조휘(趙徽:1543~?)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길나서기가 차마 부끄러워 흰 비단으로 가리니 / 맑은 밤하늘의 구름 사이로 달빛이 새어나온 듯하네 // 슬쩍 동여맨 가는 허리는 한 움큼밖에 안되고 / 새로 지어 입은 비단 치마는 석류꽃과 같아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미인에게 지어 주다]로 번역된다. 시인 조휘(趙徽)가 서장관(書狀官)이 되어 북경에 갔을 때, 길에서 어떤 미인을 만났었다고 한다. 그녀는 엷은 망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앞 뒤로 보는 그 모습에 너무 고와 그만 반해버린 나머지 즉석에서 흰 부채에 적어 주었다고 알려진 바로 그 詩다.

 이름다움의 대상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매마찬 가지다. 남성이 여성을 보면 미적인 느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운 저 여인이 길나서기가 차마 부끄러워 흰 비단으로 얼굴을 가리니, 맑은 밤하늘의 구름 사이로 달빛이 새어나온 듯네 라고 하면서 비단으로 가린 얼굴으 미적으로 했다. 얼굴을 보는 선경에 취한 시인은 그 저 정신이 멍했던 모양이다.

 화자의 시상은 얼굴과 가리개에만 한정 하지 않고, 몸매며 치맛자락까지 미적인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슬쩍 동여맨 가는 허리는 한 움큼밖에 되지 않고, 새로 지어 입은 비단 치마는 석류꽃과도 같이 아름답다고 했다. 화자가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한 움큼 담아냈기에 즉석에 먹을 갈아 시를 써서 부채를 선사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부끄러워 흰 비단 가리니 달빛이 새어들어, 가는 허리 한 움큼만 석류꽃 같은 바단 치마’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송파(松坡) 조휘(趙徽:1543~?)로 조선 중기의 문인이다. 1567년 생원시, 진사시에 합격하고 관직은 예조좌랑, 선조때 급제하여 벼슬이 현감에 이르렀다. 위는 서장관이 되어 북경에 갔을 때 길에서 미인을 만났는데 그 모습에 반한 그가 흰 부채에 적어 주었다는 바로 그 시다.

【한자와 어구】

惹羞: 부끄러워 드리다. 行路: 길을 나서다. 氷紗 : 얼음처럼 흰 비단. 아름답고 흰 비단. 輕雲 : 엷은 구름, 지나가는 구름. 月華 : 달빛이 밝다. // 約束: 약속. 蜂腰 : 벌의 허리처럼 가는 허리. 纖: 가늘다. 一掬 : 한 움큼. 한 줌. 羅裙 : 비단치마. 新翦 : 새로 가위질 하다. 새로 만들다. 石榴花: 석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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