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의 문턱에서 광양 시민들과 “도서관 밖, 독서여행”을 다녀왔다. 광양 중마도서관 주관 지역연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독서 및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광양읍권에 있는 문화유적지를 한나절 둘러보는 코스다. 

매천 황현의 생가, 동화 작가 정채봉의 벽화골목(문학테마길), 그리고 이균영의 생가 및 문학동산을 산책하듯이 다니면서 문학 관련 강의를 현장에서 듣는 방식이었다. 여러 여건상 광양읍권 중심으로 둘러보는 일정이지만 자칫 익숙한 듯 놓치기 쉬운 코스이기도 하다.  

매천 생가는 문화해설사가 윤번제로 돌아가면서 방문한 시민 및 내방객들을 반갑게 맞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당일은 휴무여서 다소 아쉬웠다. 알다시피 매천 황현은 광양 석사리에서 태어나 30여 년간 머물다가 구례로 근거지를 옮겨서 후학 양성에 매진한 인물로서 1910년 한일합방 소식을 듣고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절명한 애국지사이다. 그가 남긴 야사 ‘매천야록’을 비롯해서 조선후기 당쟁 및 세도정치, 동학농민항쟁을 서술한 역사서 ‘오하기문’, 그리고 2500여 수의 시를 남긴 탁월한 시인이자 위대한 역사가이기도 하였다. 즉 매천은 문, 사, 철이 일치하는 고절한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양에서도 그의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선양하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천 황현에 관련된 문헌은 많으나 필자가 지역민들에게 소개한 책 몇 권을 본란에도 소개하고 싶다. 지역의 역사학자 이은철의 ‘매천 황현을 만나다’(심미원, 2010); 김영붕 역주, ‘역주 황매천시집 후집’(보고사, 2010); 박혜강, ‘매천 황현’1,2(문학들, 2010) 등을 일독하면 매천의 삶과 생애의 얼개를 파악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화 작가 정채봉의 삶과 문학도 광양의 소중한 문화(문학)자산이다. 그는 순천의 신성리에서 태어났지만 3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광양으로 이사 와서 할머니 슬하에서 광양의 초중고를 다니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으니 광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작가이다. 1984년에 나온 동화 ‘오세암’을 비롯해서 1991년 ‘생각하는 동화’(전7권)는 300만부 이상 판매기록을 남길 정도로 독자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받았다. 그는 한국현대문학사 동화부문에 큰 업적을 남겼다.   

정채봉 작가는 5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타계했지만 그의 딸(정리태)이 아버지의 문학정신을 이어 받아 동화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채봉 작가는 광양출신으로 광양의 문학인들을 알뜰하게 챙기면서 용기를 북돋아준 주동후 작가의 후원에 힘입어 춥고 가난한 시절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주동후 작가는 시와 소설로 등단한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광양 문인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버팀목이 되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주동후 작가의 광양 예찬과 고향에 대한 애틋함은 ‘광양이야기’(도서출판 빛무리, 2000)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은 절판되어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아니면 중고서점을 통해서 구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자신의 고향 광양에 대한 유별난 애착과 자긍심, 그리고 속 깊은 심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에 시민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일전에 본란에서도 소개한 이균영 작가의 삶과 문학을 얘기하자면 가슴부터 아리다. 이균영 작가의 생가는 현재 작가의 동생(이인영)과 노모님이 살고 계신다. 문학 애호가들이나 지역민들이 생가를 방문하면서 마을 분들에게 물으면 친절하게 잘 대꾸해 주신다. 광양 교육청 근처 내우 마을도 아늑하고 예쁘다. 그의 생가 뒤편으로 이어지는 우산공원 내에 위치한 문학동산에 이균영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이균영 작가의 삶과 문학(작품들)을 일별해 볼 수 있게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다.

이균영 작가는 유년기 체험과 성장기 도시생활, 근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서 학식을 발휘하여 고향을 표상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의 고향 광양에 대한 애착과 사랑은 소설집 ‘바람과 도시’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 ‘터’ (1978)를 비롯한 ‘풍화작용’(1978), ‘보리’(1980), 그리고 ‘멀리 있는 빛’(1984)은 산업화와 도시화시기 농촌 사회의 삶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이균영은 자신의 고향인 광양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고향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창작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발휘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광양 지역의 전통 풍습과 언어를 담고 있으며,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역사적 성장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을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매천 황현의 선비로서의 절의와 그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정채봉 작가와 이균영 소설가, 그리고 주동후 작가를 비롯한 광양 출신 문인들의 광양에 대한 애틋함과 끈끈한 우의(友誼) 가 배어 있는 문학의 현장을 광양의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없이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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