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許生(증허생)

                                        사명당 유정

        남남의 잘못을 말하지를 마시게

        이로움 없으며 재앙까지 온다네,

        이것이 편안함 이오 방법 중에 으뜸이오.

        休說人之短與長    非徒無益又招殃

        휴설인지단여장    비도무익우초앙

        若能守口如甁去    此是安身第一方

        약능수구여병거    차시안신제일방

허균과 사명당은 제자와 스승의 관계다.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홍길동전이 후대에 한글소설의 효시라는 큰 족적을 남겼지만, 당시의 사회적 물의는 대단했다. 집안이 몰락의 위기에 몰렸을 때 사명당은 허균을 만나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가르침을 준다. 불자의 심정보다는 오직 인간적인 가르침이었다. ‘자네가 만약 입 지키기를 병마개 막듯이 한다면, 이는 바로 몸을 편안케 하는 으뜸의 방법이라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만약 자네가 입지키기를 병마개 막듯이 한다면(贈許生)으로 번역해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사명당(四溟堂) 유정(惟政:1544∼16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말하지 말게나 / 이는 이로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앙까지 불러 온다네 // 만약 입 지키기를 병마개 막듯이 한다면 / 이것이 바로 몸을 편안케 하는 으뜸의 방법이라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허균에게 글을 주다]로 번역된다. 시인 사명당과 홍길동전을 지은 교산 허균과의 나이 차이는 15세인 것으로 알려진다. 의적 홍길동전을 지어 사회적으로 큰 물의(?)을 일으킬만큼 큰 야망과 국가의식을 갖고 있었던 교산이고 보면 스승의 예우로 극진하게 생각했던 사명당의 사랑을 더 컸을 것이란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은 다른 비유법을 쓰지 않고 직설적인 말로 가르침을 주는 글을 시다.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말하지 말게나, 이는 이로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재앙까지 불러 올 수 있다네 라는 점잖게 타이르는 표현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잘못을 있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의 잘못을 발견하면 말을 하지 않거나, 이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다. 이런 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지키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람이 만약 입 지키기를 병마개 막듯이 한다면, 이것이 바로 자기 몸을 편안하게 하는 으뜸의 방법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명심보감에도 입은 사람의 화(禍)를 부르는 도구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는 가르침이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사람 잘못 말게나 이로움 없고 재앙만 불러, 입지키길 병마개 막듯 몸 으뜸 방법이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사명당(四溟堂) 유정(惟政:1544∼1610)으로 조선중기 때의 승려이자 승병장으로 활동했다. 다른 호는 송운(松雲)으로 알려지며 별호는 종봉(鍾峯)이라 한다. 임진왜란 때에 승병을 이끌고 크게 전공을 세웠으며, 일본과의 외교 및 부국강병책에 의해 국가에 크게 기여하였다.

【한자와 어구】

休說: 말하지 말라. 人之: 다른 사람의. ‘之’ ‘~의’ 소유격임. 短與長: 단점과 장점. 非徒: 한갓 ~이 아니다. 無益: 이익이 없다. 又: 또한. 招殃: 재앙을 초래하다. // 若: 만약. 能: ~할 수 있다. 守口: 입을 지키다. 如: ~같이 하다. 甁去: 병마개. 此: 이것이 是: ~이다. 安身: 몸을 편히 지키다. 第一方: 제일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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