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견리망의’는 논어 현문편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에서 파생된 말이기도 하다. 요컨대 ‘눈앞에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한다’는 ‘견리사의’와 반대되는 뜻에서 파생된 사자성어인 셈이다. 

2위에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 3위에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약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를 뜻하는 ‘남우충수(濫竽充數)’가 뒤를 이었다. 

대학교수 1315명이 국민을 대변하는 입장은 아니라 해도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나 여론이 짙게 배여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 같다. 선정된 사자성어들이 모두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만큼 올해는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이나 정서와는 어긋나게 국가 및 사회 공동체가 달려온 것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 함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선정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니 우선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21세기 첨단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각자 나름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건 어느 특정 세력의 탐욕을 포함해서 부당하게 사익을 추구하거나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함으로써 폭리를 취하고 동시에 정의롭지 못한 행위까지 아우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선정된 사자성어는 국정(國政)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당이든 야당이 눈 앞의 이익이나 정파적인 입장을 고수하다 보니 국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지고 각박해 졌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나라 밖 지구촌의 전쟁이 일어난 나라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사람의 목숨은 더없이 소중하건만 전쟁이 벌어진 나라에서 사망한 군인들보다 민간인들의 희생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도 노약자나 여성들 및 어린이들의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보도는 국적을 떠나 마음이 우울하고 착잡하다.   

나라 안팎으로 뒤숭숭할수록 무엇보다 위정자들이나 사회의 지도층이 솔선해서 모범을 보이는 게 도리인데 각자도생의 파국으로 세상이 흘러가니 평범한 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하게 올 한 해를 보낸 셈이다. 물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비롯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받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그런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을 겪지 않는다고 자위할 수도 있겠다. 이런 태도를 탓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의 공동체가 더 행복하고 안전을 지향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현실을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이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이 경제 및 무역, 그리고 문화예술이 신경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우리와 무관한 듯 보이는 아랍권역 정세의 불안과 전쟁은 우리나라의 경제 및 무역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 및 국가안보 문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국력이 모아져야 한다.     

지구촌의 곳곳에서 신냉전시대가 도래할 전조를 보이면서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현실일수록 우리 공동체의 삶을 냉철하게 성찰해서 좀 더 평화가 안착하고 국민들의 삶도 평안해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위정자와 정치권에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솔선해서 진정 국민을 위하는 진정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삶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싶다. chn00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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