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며칠 안 남았다. 이맘때쯤이면 흔히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각자 입장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해를 보내는 감회에 젖어 새 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지점에 와 있다. 

올 해도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러 면에서 국민들 삶이 평안하지 않았지만 나라 밖 지구촌은 더 심했다. 전쟁의 참상 그리고 홍수와 지진 등 각종 재난으로 인해 귀중한 목숨을 많이 잃었다. 

그래도 연말이면 가끔 훈훈한 소식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을 녹여주기도 해서 다행스럽다.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쪽방촌 주민들과 독거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손길들과 기부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면서 그래도 ‘살맛’이 나는 걸 실감하기도 한다. 특히 이맘때쯤이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익명의 기부금과 사연은 우리 공동체 사회의 온정을 실감하게 한다. 며칠 전 방송에서도 익명의 기부자가 자신도 자식을 키울 때 주위의 도움을 받았으니 딱한 처지에 있는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서신을 보면서 저절로 마음이 따듯해진다. 

흔히 봉사나 기부를 하는 사람들을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들이 있다. 봉사를 하다 보면 스스로 기분이 좋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게다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말하는 경우를 접하기도 한다. 그래서 봉사와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그 행복감’을 알기에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을 위해 봉사나 기부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조건없는 기부와 봉사를 하는 이웃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따뜻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한 해를 보내면서 필자도 나름으로 의미있는 봉사를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하나 있다. 다소 계면쩍지만 내년에도 지속할 마음이니 이 지면에 밝힌다. 필자는 문학(인문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살아온 입장이라 가르치고 배우는 현장이 늘 정겹고 익숙하다. 그러던 차 시의 주관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시민들 대상으로 성인문해학습반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검정고시 반에서 국어과목을 감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고 주로 대학생을 가르쳐 온 입장에서 성인( 60대 초반부터 80대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고교과정을 시험에 대비해서 가르친다는 점이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퇴직하고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입장에서 강의 봉사(?)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감당해 오고 있다.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진학율이 80%가 넘는 작금의 상황에 견주어 볼 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베이비 붐 세대(1955-1963) 이후의 성인 중에는 집안 여건상 초등학교에도 다닐 여건이 안 돼 ‘배움의 한’을 갖고 한 평생을 살아온 분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그 분들이 이제 자녀들 교육도 마치고 본인들의 ‘못 배운 한’을 풀고 동시에 배우면서 성취감을 느낀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필자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깨닫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 교육에 바친 그분들의 헌신과 열정을 생각하면 더 겸손한 자세로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져본다. 배려와 봉사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을수록 행복의 바이러스를 더 확산시키는 묘한 힘이 있다.  

알다시피 기부는 꼭 금전적으로만 계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금전적인 기부를 통한  공동체 사회에서의 나눔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각기 잘 할 수 있는 봉사를 통해 하는 행위도 권장하고 싶다. 더 중요한 건 기부와 봉사가 대체로 연말에 몰려있는 경향이 있는데, 연중 항시적으로 ‘나눔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부와 봉사를 통해 우리 공동체 사회가 좀 더 밝고 따뜻해 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올 해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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