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閨怨(향규원)[2] 

                                                가주 이상질

        주렴 내린 깊숙한 방 앵무 소리 막히고

        쓸쓸한 젊은 얼굴 게을러서 수놓았는데

        몇 줄기 흐르는 눈물 그 마음을 알겠소.

        珠簾晝下洞房深    暖日鶯聲鎖樹陰

        주렴주하동방심    난일앵성쇄수음

        寂寞紅顏慵刺繡    數行春淚是知心

        적막홍안용자수    수행춘루시지심

조선 여심의 또 하나의 규방은 어쩌면 여자의 본능과도 같은 질투심의 발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일부다처제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어떻게 주무시는가 하는 걱정과 염려 그리고 강한 불만에서 비롯되는 여심이 대종을 이루었다.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향규원(香閨怨)이다. 주렴에 한 줄기로 내리쬐이는 낮기운이지만 깊숙한 동방에서, 따스한 날 앵무새 소리가 그늘에 막혀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몇 줄기 흘러내리는 눈물! 그 마음을 알겠구먼(香閨怨2)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가주(家州) 이상질(李尙質:1597∼1635)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주렴에 내리는 낮기운이지만 깊숙한 동방에서 / 따스한 날, 앵무새 소리가 그늘에 막혀오네 // 쓸쓸한 젊은 얼굴엔 게을러서 수를 놓는데 / 몇 줄기 흘러내리는 봄눈물이 그 마음을 알겠구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규방의 원망 노래2]로 번역된다. 규방의 한은 자기 한으로만 읊어지면서 남아있는 것이 아니가, 서찰이나 서한으로 쓰여져 상대방에게 전달되었으며, 기록으로 남아 보전되었다. 이런 노래들은 여성의 입에 오르내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남성들과 한을 공유하기도 했다. 

 시인의 한은 주렴에 빗기어 내리는 낮기운이지만 깊숙한 동방에서는 따스한 날, 앵무새 소리가 그늘에 막혀오네 라고 하였다. 갓 짝을 이룬 신혼부부가 달콤한 꿈 속에서 지금 막 잠이 들었음을 시상으로 얽혀 내고 있다.

 이이지는 후구의 한은 쓸쓸한 젊은 얼굴엔 게을러서 수를 놓는데, 몇 줄기 흘러내리는 봄눈물이 그 마음을 알겠구먼 라고 했다. 흘러내린 봄눈물이란 그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심회를 담아 내고 있다.

 다음 구로 이어지는 한의 결론은 급박해 보인다. 새벽녘 은빛 침상에 누우니 백설같은 피부 차갑고, 금빛 경대에 떨어진 꽃잎 한 마리 난새와 친구되네 라고 하면서 한 곡 거문고 노래에 붉은 눈물만 젖어들고, 봄날 혼백은 옥문관을 끊고 돌아오리 라고 했다. 참아 낼 수 없는 상황까지도 곱게 그려내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주렴 내려 깊숙한 동방 앵무소리 막혀온데, 젊은 얼굴 게을러서 흘러내린 봄눈물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가주(家州) 이상질(李尙質:1597∼1635)로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1616년(광해군 8)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광해군의 난정으로 국정이 혼탁하자 세상에 뜻을 잃고 가족을 이끌고 춘천의 산골로 들어가 초가집을 짓고 농업에 종사했었다 하며, 출세엔 무관심했었다.

【한자와 어구】

珠簾: 주렴. 晝下; 낮기운이 내리다. 洞房深: 잠자는 방, 결혼한 신랑과 신부가 처음 함께 자는방. 暖日: 따뜻한 날. 鶯聲: 앵무새 소리. 鎖: 쇄사슬. 樹陰: 나뭇그늘(鎖樹陰: 나뭇그늘에 막히다) // 寂寞: 적적하다. 紅顏: 홍안. 慵: 게으르다. 刺繡: 수를 놓다. 數行: 몇 줄기. 春淚: 봄눈물. 是知心: 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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