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閨怨(향규원)[3]

                                             가주 이상질

        새벽녘 은빛 침실  백설 피부 차갑고

        경대에 떨어진 꽃 난 새와 친구 되어

        거문고 노래 소리에 돌아오라 혼백아.

        銀床曉臥雪肌寒    金鏡墜花伴隻鸞

        은상효와설기한    금경추화반척란

        一曲瑤琴紅淚濕    春魂應斷玉門關

        일곡요금홍루습    춘혼응단옥문관-

조선의 모든 여성이 기막힌 향규원(香閨怨)에 젖어 남편만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대부분 사대부의 여성이나 현모양처와 사회에 모범이 된 효부들은 그렇지 않았다. 수절을 밥 먹듯이 했고, 가정을 가장 중요한 직장으로 여기며 살았고 가문과 법도를 끗꿋이 지키며 살았다. 남편과 자식의 옷 한 벌 기워 입히는 것을 가장 큰 보람과 자랑으로 살았다. 한 곡 거문고 노래에 붉은 눈물만 젖어들고, 봄날 혼백은 옥문관을 끊고 돌아오리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한 곡조 거문고 노래에 붉은 눈물만 젖어 들고(香閨怨3)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가주(家州) 이상질(李尙質:1597∼1635)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새벽녘 은빛 침상에 누우니 백설같은 피부 차갑고 / 금빛 경대에 떨어진 꽃잎, 한 마리 난새와 친구되네 // 한 곡 거문고 노래에 붉은 눈물만 젖어들고 / 봄날 혼백은 옥문관을 끊고 돌아오리]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규방의 원망 노래3]으로 번역된다. 여인의 한은 규방문학이란 한 장르의 문학으로 전하면서 남정네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으며, 벼슬에서 물러나 기방을 출입하는 남성네들도 동참이나 하듯이 규방한을 공유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시인은 새벽녘 은빛 침상에 누우니 백설같은 피부 차갑고, 금빛 경대에 떨어진 꽃잎, 한 마리 난새와 친구되네 라는 한 덩어리를 읊어냈다. 우리 민족은 한과 눈물이 많고, 사연을 많이 쏟아내고 싶은 시상이 깊어만졌다.

 화자의 한 덩이 심회는 거문고 노래에 붉은 눈물만 젖어들고, 봄날의 한 송이 혼백은 옥문관을 끊고 돌아오리 라고 했다. 혼백이나마 옥문관을 찾아 한을 풀어 줄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라는 여백의 공간을 채워줌에 따라 시상을 무르익었다.

 이와 같은 시상이 나선형과 같은 노래로 반복되었으니 첫구로 이어졌다. 흩어진 검은 머릿결에 오랫동안 탄식했더니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에 옥 같은 피부가 많이 상했구나 했으며, 봄 새벽 난초 우거진 창가에 꽃은 적막하기만 한데 / 원앙새 짝지어 창포 속에서 잠들었네 라고 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은빛 침상 피부 같고 떨어진 꽃잎 난새 친구, 거문고 노래 눈물 젖고 봄날 혼백 돌아오리’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가주(家州) 이상질(李尙質:1597∼1635)로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1623년(인조 1) 인조가 반정을 하자 비로소 태학으로 들어가 1625년(인조 3) 의금부 도사로 제배되었으나 취임하지 않았다. 뒤에 익위사세마로 제배하였다. 1629년 전시문과에 장원급제하였다.

【한자와 어구】

銀床: 은상 침상. 曉臥: 새벽에 눕다. 雪肌寒: 백설 같은 피부가 차갑다. 金鏡: 금빛 경대. 墜花: 떨어진 꽃잎. 伴隻鸞: 한 마리 난세와 친구 되다. // 一曲: 한 곡조. 瑤琴: 거문고 노래. 紅淚濕: 붉은 눈물에 젖다. 春魂: 봄의 혼백. 應斷: 응당 끊다. 玉門關: 옥문관. 옥으로 만든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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