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흥 남(순천대 강사, 문학평론가)
전 흥 남(순천대 강사, 문학평론가)

갑진년 용띠 해를 맞은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래도 1월 한 달 정도는 새해를 맞은 기분을 유지하면서 새해 덕담을 주고 받으며 보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다. 영화나 소설 속에도 종종 등장하지만 대체로 영적(靈的)인 동물로 묘사된다. 용의 출현은 대체로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기 보다는 긍정적인 징조를 암시하기도 한다. 꿈에 용이 보이면 길조라고 여겨 왔으며, 또 위인들의 태몽은 용꿈을 꾸었다는 얘기가 자주 회자되곤 한다. 이 대목을 굳이 과학적인 잣대를 들이대거나 인과적으로 분석할 계제는 아닐 듯 싶다.  

아무튼 용은 감히 대적해서도 안 되는 영적인 동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용포(龍袍)는 임금이 의식 때 정식으로 입는 옷으로 가슴과 등과 어깨에 용의 무늬가 그려져 있다. 이러하니 근대 이전엔 웬만해서 용 무늬 옷조차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과학기술의 첨단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곧잘 각종 매체를 통해 용이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을 목도하기도 한다. 

올 해가 용띠해이다 보니 서론이 다소 길었다. 필자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풀어지지 않는 문제 중에 하나가 ‘시간의 수수께끼’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만인이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니 나름으로 각자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지나칠 수 있지만 시간의 본질을 명쾌하게 정의를 내린 철학자가 많지 않은 걸 보면 더 궁금해진다. 철학자들조차도 시간의 본질을 구명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이론의 여지가 없이 공감하는 정의를 내린 경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만큼 시간은 철학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복잡한 세상에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일부러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살자는 얘기가 아니다. 하루 24시간 만인이 평등하게 쓴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간만큼 상대적인 것도 드물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이나 수상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숙고하는 시간과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평범한 소시민이 보내는 일상이 과연 등가(等價)로 매길 수 있을까. 그렇다고 소시민의 보내는 일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지만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사형수에게 5분은 지인들과 수다 떨면서 보내는 5분과 같을까. 사형수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는 그 때의 시간의 두께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만큼 시간은 상대적이면서 ‘시간의 질’의 문제를 포함해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각설하고, 한 해를 맞기 전에 지인이 보낸 연하장에 “뜯어보지 않은 선물”이라는 비유를 했다. 나름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올 해도 년 말쯤 되면 정말 힘든 해였다고 돌아보는 사람도 있겠고, 반대로 ‘선방했다’ 나아가 ‘좋은 일들이 유독 많아서 살만 했다’고 돌아보면서 새롭게 맞는 해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를 화두로 꺼내는 건 새로운 해를 맞은 만큼 각자 나름의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권장하고 싶은 심정에서다. 막연하게 ‘열심히 살자’ ‘최선을 다해 살자’도 의미가 있지만, 각자 실천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삶이 시간을 더 지혜롭지 사용하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 속담에도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속뜻은 단순히 내가 시간을 써서 얼마의 돈을 버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닐 게다.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일도 있을 수 있으며, 시간을 통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글을 갈무리 하는 차원에서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와 유사한 외국의 명언이나 속담 몇 개 열거해 본다.

“아침에 한 시간을 잃어 보면 하루 종일 그걸 찾아 헤멜 것입니다” “완벽을 위해서는 시간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올 때는 도망가기 전에 붙잡으세요” “ 미래는 기다릴 줄 아는 자의 것입니다” “시간과 조수(tide, 밀물과 썰물)는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습니다” “시간은 인간이 소비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chn00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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