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詠梳(영소)

                                          어우당 유몽인

 

        얼레빗 빗고 빗어 참빗으로 빗어내니

        흩어진 머릿니가 처음으로 다 잡히고

        만 척의 장대 빗으로 모든 이가 없어지나.

        木梳梳了竹梳梳    亂髮初分蝨自除

        목소소료죽소소    난발초분슬자제

        安得大梳千萬尺    一歸黔首蝨無餘

        안득대소천만척    일귀검수슬무여

여자의 아름다움은 옷을 곱게 차려입는 것이 첫째요, 화장을 하는 것이 그 두 번째라고 말한다. 그 보다 먼저 하룻저녁을 자고 나면 헝클어진 머리를 고운 빗으로 빗어 머릿 카락을 단정하게 한다. 여자다운 고운 맛이다. 머리빗는 일이 중요하듯이 빗을 소재한 시심도 상당히 담아냈던 흔적을 보인다. 이를 잡는 도구로 삼기도 했다. 얼레빗으로 머리를 빗고 또한 참빗으로 빗어내니, 흐트러진 머리는 처음 빗어 이가 다 잡히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어찌해야 천만 척이나 되는 큰 빗을 가져다(詠梳)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얼레빗으로 머리를 빗고 또한 참빗으로 빗어내니 / 흐트러진 머리는 처음 빗어 이가 다 잡히네 // 어찌해야 천만 척이나 되는 큰 빗을 갖고 / 백성 머리로 가져가 모든 이(蝨)를 없앨 수는 없을까]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빗을 읊음]으로 번역된다. 보릿고개를 넘길 무렵 머리와 내복에 이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생소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랬다. 손톱으로 이를 잡는가 하면, 인피리스를 풍겨서 이를 죽이곤 했다. 아마 시인이 살았던 시대인 17세기엔 이(蝨)의 극성이 극에 달했던 모양이다.

 시인은 이의 극성이 심해 빗으로 빗어 이를 잡는 방법 밖에 다른 묘안이 없었음을 표현한 시상이다. 이를 잡기 위해 얼레빗으로 머리를 빗고 다시 또 참빗으로도 빗어냈더니, 흐트러진 머리를 처음으로 빗은 것처럼 이가 다 잡히었다는 시심을 발휘한다. 팬티에 이가 있어 이 녀석이 꼼지락거리는 시간이 되면 가려웁기는 이루 형용할 수 없었으니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 느꼈을 것이다.

 화자는 이를 다 섬멸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궁리해 보는 시상을 본다. 어떻게 해야 천만 척이나 되는 큰 빗을 들고, 빗을 백성들 머리로 가져가 모든 이(蝨)를 없앨 수는 없을까 하는 물음이다. 큰 빗으로 모두 섬멸할 묘한 방법이었으리라. 가루약이나 모기잡는 애프킬라를 뿌린다면 좋았을(?) 것을.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얼레빗 참빗 머리 빗어 처음으로 이를 잡네, 천만척 되는 큰 빗 모든 이를 없앨 수야’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1559~1623)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다른 호는 간재(艮齋), 묵호자(默好子)로 알려진다. 성혼과 신호에게서 수학했으나 경박하다는 책망을 받고 쫓겨나 성혼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1582년(선조 15)에 진사가 되고, 1589년에는 장원 급제했다.

【한자와 어구】

木梳: 나무로 만든 얼레빗. 梳了: 빗질을 마치다. 竹梳: 대나무 빗. 참빗. 梳: 빗질하다. 亂髮: 흩으려진 머리. 初分: 처음 빗다. 蝨: 이(머리나 몸에 기생하는 蝨[슬]). 自除: 스스로 죽다. // 安: 어찌. 得: 얻다. 大梳: 큰 빗. 千萬尺: 천만척의 길이. 一歸: 한번 시도하여. 黔首: 검은 머리. 蝨無餘: 이(蝨)를 제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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