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柳枝詞(유지사)

 

                                    월사 이정구

        꽃들이 어지러운 꿈같은 봄날에

        봄바람 휘날리고 해님은 기울고

        슬프다 방주 속으로 오지 않는 임이여!

        搖蕩春風楊柳枝    畵橋西畔夕陽時

        요탕춘풍양류지    화교서반석양시

        飛花幹亂春如夢    癣璥芳洲人未歸

        비화간란춘여몽    선경방주인미귀

버들 사이를 가운데 두고 새들이 왔다갔다 노니는 모습을 베를 짜고 있다는 시상을 떠올리는 싯귀가 있다. 버들이이라는 날실에 새라는 씨실이 왔다갔다 했다는 뜻을 담아낸다. 봄의 전령으로 매화가 봄을 알리더니만 개나리와 진달래가 겁 없이 봄마중을 나간다나. 그렇더니만 봄처녀가 버들잎을 입에 물고 살며시 다가선 것이다. 봄바람은 버들가지에 휘날리어 펄럭이고, 그림 같은 다리 서쪽 이랑에선 해가 기울어 가는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꽃이 어지러운 꿈같은 어느 봄날의 사상(柳枝詞)으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1564∼1635)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봄바람 버들가지에 휘날리어 펄럭이고 / 그림 같은 다리 서쪽 이랑에선 해가 이미 기울어 가네 // 꽃이 어지럽게 날리는 꿈같이 좋은 봄 날에 / 아! 슬프구나, 방주에 계신 임은 기필코 오시지를 않고]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버들가지 노래 한마당]로 번역된다. 어느 봄날 흐드러지게 물이 올라 축 늘어진 버들가지를 보고 시상을 떠올렸다. 봄의 전령이나 되는 것처럼 개나리가 한껏 봄자랑을 하는가 싶더니만 버들가지가 춤을 추듯이 장단을 맞출 양이면, 온 강산을 봄을 축제가 벌어지게 된다. 이 좋은 계절이 임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인은 시를 쓰기 보다는 물감을 준비하여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 시상이다. 봄바람은 버들가지에 휘날리어 펄럭이고 있고, 그림 같은 다리 서쪽에서는 해가 이미 뉘엿뉘엿 기울어 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몸으로 오기 전에 온 대지(大地) 푸른 색으로 덧칠하게 된다. 버들가지를 한들거리게 하고, 해가 기우는 모습을 묘사해 보인다.

 화자는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아직 낮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꽃이 어지럽게 날리는 꿈같이 좋은 봄 날에, 방주(芳洲)에 계시는 임은 기필코 오시지 않고 애를 태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긴 한숨으로 ‘아! 슬프구나’를 연발해 댄다. 방주는 지명이라기 보다는 꽃이 피는 그렇게 좋은 곳이었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버들가지 펄럭이고 서쪽 이랑 해 기울어, 꽃 날리는 좋은 봄날 방주 임은 오시잖고’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1564∼1635)로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이다. 다른 호는 보만당(保晩堂), 치암(癡菴), 추애(秋崖), 습정(習靜)으로 안다. 문장가문에서 출생하여 가학을 통하여 성장하였다. 유년시절부터 비범하여 8세에 한유의 <남산시>를 차운함에 놀라워 했다 한다.

【한자와 어구】

搖蕩: 흩어지게 흔들리다. 春風: 봄바람. 楊柳枝: 버드나무 가지. 畵橋: 그림 같은 다리. 西畔: 서쪽 두둑 夕陽時: 석양이 기울다. // 飛花: 꽃이 날다. 幹亂: 줄기가 요란하다. 春如夢: 봄은 꿈만 같다. 癬璥: ‘슬프다’는 감탄사(癣: 옴. 종기. 璥: 경옥) 芳洲: 방주. 꽃이 많이 핀 고을. 人未歸: 임은 돌아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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