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상촌 신흠

        천년 기상 오동나무 평생 세한 매화꽃

        천 번을 이지러져 달의 성질 그대론데 

        백번을 꺾일지라도 움이 트는 버드나무.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동천연로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    柳經百別又新枝  

        월도천휴여본질    유경백별우신지

사육신의 곧은 절개와 의지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떠한 어려움이 부닥친다고 해도 한 번 마음먹는 일은 변치 말아야 한다는 숭고한 가르침이겠다. 이런 가르침을 자연이라는 사물에 빗대어 가르치는 큰 스님의 시문을 만나면서 숙연해 진다. 조선 중기의 거유 퇴계 이황도 평생의 좌우명(座右銘)으로 삼아 하루도 읽지 않는 날이 없었다는 명문이다. [오동나무→매화→달→버드나무]의 절개를 본받아야 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버드나무는 백번 껶여도 새 가지가 나온다(柳經百別又新枝)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그 곡조를 간직하고 / 매화는 한 평생 겨울에 꽃을 피우나 향기를 팔지 않네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래의 성질은 남고 / 버드나무는 백번 꺾여도 새가지가 움튼다]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버드나무 백번 꺾여도 새 가지 난다]로 번역된다. 선조 임금의 신임이 두터워 상촌의 장남 신익성이 임금의 셋째 딸 정숙옹주와 결혼할 때었다. 주위에서 좁고 누추한 집을 수선할 것을 권했으나 집은 훌륭하지 못하지만 예를 행하기엔 충분하다며 끝내 기둥 하나도 바꾸지 않는 청렴한 선비의 본보기였다.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사람은 진실한 ‘군자’이고, 남의 허물만 보고 자기의 허물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소인’이다”는 금언과도 같은 이 말은 가슴 속 깊이 새길 말이다. 상촌이 운명을 달리했을 때 인조가 손수 장례에 쓰일 물품을 챙겼다고 하니 그 신임을 알게 된다.

 화자는 오동나무, 매화, 달, 버드나무를 주된 시어로 삼아 불굴의 신념을 간직한다는 의지를 담는 시상이다. [오동나무의 천년→매화의 일생→달의 천 번 이즈러짐→ 버드나무의 백번 꺾임]이라는 절개와 의지가 깊은 곳에 스며있다. 지조 높은 자연의 의지를 예로 들며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크고 원대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시상이다. 작은 이익이나 감정 때문에 변덕스럽게 변하는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이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오동 천년 곡조 간직 매화 평생 향기 나네, 달의 성질 변함없고 버들 백번굴절 버들가지엔’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으로 조선 중기 문신이다. 다른 호는 현헌(玄軒), 방옹(放翁). 현옹(玄翁)으로 했다. 송인수와 이제민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1585년(선조 18) 진사시와 생원시에 차례로 합격했다. 1586년 승사랑으로서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했음으로 알려진다.

【한자와 어구】

桐: 오동나무. 千年老: 쳔년을 늙다. 恒藏曲: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다. 梅: 매화. 一生: 일생. 寒: 추위에도. 不賣香: 향기를 팔지 않는다. // 月: 달. 到: 이르다. 千虧: 이지러지다. 餘本質: 본질이 남는다. 본질을 갖는다. 柳: 버들. 經: 줄기. 百別: 백번을 꺾이다. 又新枝: 또한 새로운 가지를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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