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면에서 농부네 텃밭도서관을 운영하는 서재환씨가 지난 1991년 5월 창간한 문예지 ‘바구리봉’ 전시회 개전식에 참여한 시민들.
진상면에서 농부네 텃밭도서관을 운영하는 서재환씨가 지난 1991년 5월 창간한 문예지 ‘바구리봉’ 전시회 개전식에 참여한 시민들.

광양 최초의 민간신문 ‘바구리봉’을 아시나요?

지난 5일 광양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는 30년 전 만들었던 진상인의 문예지 ‘바구리봉’ 전시회가 열리면서 화제가 됐다.

이날 개전식에는 진상면 지역주민을 비롯한 시민 30여명이 참석해 빛바랜 신문에서 잠시나마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추억들을 찾아봤다.

문예지 ‘바구리봉’은 진상면에서 농부네텃밭 도서관을 운영하는 서재환 관장이 1991년 5월 창간한 신문이다.

당시 서재환 관장은 진상중학교 앞에서 서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진상면의 발전과 화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신문을 제작했다. 

서재환 관장은 “지난해 한 대학교수가 향토자료를 모으겠다고 찾아오면서 마을신문 바구리봉이 향토자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광양문화원의 도움을 얻어 오늘 이렇게 전시를 하는 자리를 만들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그동안 함께 해준 아내 장귀순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바구리봉’은 1991년 5월부터 1997년 7월까지 47호를 발행하며 폐간됐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마을신문이 설 자리가 좁아진 것도 있었지만 신문을 제작하는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당시, ‘바구리봉’은 지면을 통해 1991년 5월부터 1992년 7월까지 15회의 발간 비용을 게시한 바 있는데 문서편집기 구입, 인쇄비, 우편발송비, 마을 행사비용을 포함해 687만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왔다. 

바구리봉을 창간한 서재환 관장과 아내 장귀순 씨. 
바구리봉을 창간한 서재환 관장과 아내 장귀순 씨. 

 

또한 서 관장은 신문을 발행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경운기 이동도서관을 함께 운영했는데 도서관운영비도 500만원 가량 사용했다.

경운기 이동도서관은 도서관이 없는 시골 마을들을 찾아서 아이들에게 책을 무료로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1987년 9월 19일부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경운기 운영도서관이자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도서관이란 칭호를 얻는다.

서 관장은 “10년이 넘게 도서관이 없는 시골 마을들을 찾아서 들녘을 누비고 다니던 이 경운기 도서관도 이제는 시골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녹만 슬고 있다. 하지만 한 때는 서울까지 15일 동안 15개 도시를 누비고 다니며 도서 무료교환전을 열기도 했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등재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비용 때문에 한국기네스북에 올리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서 관장은 숙제 아닌 숙제를 하고 있다. ‘바구리봉’ 전시회를 기념삼아 지난 신문들을 자신의 개인 블러그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 관장은 “누가 하란 것도 아니고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철 지난 신문들을 다시 올리는 작업을 하는데 이 일도 쉽지가 않다”면서 “신문 전체를 맨바닥에서 만들어 냈던 일은 이것보다 더 힘들었기에 의지를 조금이라도 되살려 마무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 역사문화관 ‘바구리봉’ 전시회에는 신문 원본과 경운기 이동도서관 운영 사진 등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바구리봉’에는 진상면 특성을 살려 진상초등학교 어린이 운동회, 마을회관 건립, 진상중학교와 진상고등학교의 통합, 진상면의 전설적인 인물 ‘따쭈리’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특히 당시 아이들의 시와 산문 등이 신문에 함께 실리면서 진상면의 문예지로도 불리고 있다.

서 관장은 “바구리봉에는 농부네텃밭도서관의 역사와 진상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추억이 오롯이 담겨 있다”면서 “바구리봉 전시회를 찾아 지난 날의 빛바랜 신문에서 추억을 찾아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상인의 문예지 바구리봉 전시회는 오는 18일까지 광양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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