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銀河(은하)

 

                                                         최낭

        은하수 바라보며 없는 다리 한스러워

        꾀꼬리가 울어 대니 꽃잎은 떨어지고

        수심에 타는 가슴에 애간장이 끓는구나.

        相望隔河漢    欲濟恨無梁

        상망격하한    욕제한무량

        鶯啼花又落    知是割愁膓

        앵제화우락    지시할수장

기성세대들은 음력 7월 7석이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경우성과 직녀성이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다는 전설 같은 말을 가슴에 품고 자랐다. 이와 같은 전설 속에 숨긴 이야기는 우리 후진들도 그런 말을 듣고 자랄 것이다.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여느 시인이 생각하지 못한 시상을 한 움큼을 떠올린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바라보면서 은하수 다리를 건너려 해도 그 다리가 없음이 너무도 황량하고 한(恨)스러워라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수심에 겨운 간장이 다 끊어지는 것 같구나(銀河)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최낭(:崔娘 ?~?)으로 조선조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은하수 사이를 두고 서로가 바라보면서 / (은하수 다리를)건너려 해도 다리가 없음이 한(恨)스러워라 // 꾀꼬리가 슬프게 울어대니 꽃잎은 우수수 떨어지고 / 수심에 겨운 이내 간장은 다 끊어지는 것 같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은하수를 보면서]로 번역된다. 은하수가 펼쳐지는 별의 띠 모양을 보고 시상을 떠올렸던 작품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견우성과 직녀성이 칠월칠석날이면 가장 근접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은하계를 인간계라는 사랑하는 연인이 애절하게 만났다가 점점 헤어진다는 전설과 그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은하계의 별들이 다리를 놓는다는 점에서 시상을 끌어들이고 있다.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멀리 있는 임을 기다리는 시상을 끌어 들이고 있다. 먼 하늘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바라만 보면서, 은하수 다리를 건너려 해도 다리가 없음이 한(恨)스러워라 라는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만나 정을 나누었을 때 깊은 정은 더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만날 수가 없음을 은하계라는 두 별과 은하수를 빗대고 있다.

 은하계라는 대자연에 시적화자를 빗대었던 시인은 가장 근접해 있는 자연에 빗대어 끄집어 온다. 꾀꼬리가 슬프게 울어대니 꽃잎은 우수수 떨어지고, 수심에 겨운 이내 간장은 다 끊어지는 것 같구나 라고 했다. 꾀고리가 울어대니 임이 더욱 보고 싶다는 시상을 담아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은하수 사이 바라보며 해의 다리 한스럽네, 꾀꼬리 울어 꽃잎 낙화 수심 간장 끊어지고’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최낭(崔娘:?∼?)으로 여류시인이다. 관서 지방의 평민 여성으로 정지승이 관서 지방을 유람할 때 알게 되어 서로 사귀었다. 정지승이 한 달 이상 지내다 돌아간 후 4∼5년이 지난 뒤 병이 들어 죽었다. 죽기 전 시를 지어 남겼는데 뒤에 이 시를 본 정지승이 애도했다고 전한다.

【한자와 어구】

相望: 서로 바라보다. 隔: 간격을 두다. 河漢: 은하수. 欲濟: 건너고자 하다. 恨: 한스러워 하다. 無梁: 다리가 없다. 견우와 직녀성이 서로 만나지 못함을 비유함. // 鶯啼: 꾀꼬리가 울다. 花又落: 꽃이 떨어지고 또 떨어지다. 知: 알다. 是割: 끊어지다(是는 ‘~이다’는 서술형임). 愁膓: 수심에 겨운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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