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宮柳詩(궁류시)

 

                                                 석주 권필

        궁의 버들 푸르며 꽃잎은 어지러운데

        조정 대신 치하하며 신하는 아양 떨고

        누군가 진실한 말을 그 누구가 할 수 있나.

        宮柳靑靑花亂飛    滿城冠蓋媚春暉

        궁류청청화란비    만성관개미춘휘

        朝家共賀升平樂    誰遣危言出布衣

        조가공하승평락    수견위언출포의

임금이 나약하면 간신들이 득실거리고 임금이 부정하면 외척들이 활개를 쳤다. 과감한 개혁과 자기 혁신이 있어야되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조정에서는 득실거리는 냄새, 몸살나는 땀냄새까지 진동을 했다. 광해군 때 광해의 처남이 그런 행세를 하며 전횡을 휘두르자 이를 보다 못한 시인이 궁류(宮柳)로 비유했던 시로 비판한다. 궁안 버들은 푸르고 꽃잎은 어지러이 흩날리는데, 성안 가득한 벼슬아치들은 봄빛에 아양을 떠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조정에서는 태평하고 즐겁다 서로 치하하면서(宮柳詩)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석주(石洲) 권필(權韠:1569∼1612)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궁안 버들은 푸르고 꽃잎은 어지러이 흩날리는데 / 성안 가득한 벼슬아치들은 봄빛에 아양을 떠네 // 조정에서는 태평하고 즐겁다 서로 치하하지만 / 누가 위험한 말이 선비에게서 나오도록 만드는가]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궁궐의 버들시]로 번역된다. 광해군 때 외척들이 들끓었다. 사람들은 ‘궁류(宮柳)’, 즉 ‘궁궐의 버들’은 누구라고 생각했을까? 항간에서는 광해의 처남인 유희분이라 지목했다. 성씨가 버들 유(柳)씨인 유희분을 빗댔다고 했다. ‘간신’으로 지목된 당대의 권세가 유희분이 가만히 당할 리 없다. ‘궁류’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여동생인 왕비를 지칭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일로 인해 권필은 의금부에서 매를 맞고 전라도 해남으로 귀양을 가던 중 그를 위로하는 술잔을 받아 마시고 취해 누운 채 장독(杖毒) 때문에 죽었다.

 역사적인 배경 속에 태어난 시를 읽으면 무서운 세도를 실감하게 된다. 시인은 궁안의 버들은 푸르고 꽃잎은 어지러이 흩날리고 있네. 성안 가득한 벼슬아치들은 봄빛에 간지럽게 아양들을 떠네 라고 했다. 심하게 매를 맞으면서도 자기 잘못을 굽히지 않고 현 세태의 올바른 바를 주장했다고 전한다.

 이어지는 후정에서 화자의 조정의 직격탄에 어안이 벙벙했으리라. 조정에서는 잘잘못을 태평하고 즐겁다 서로 치하하지만 / 누가 위험한 말이 선비에게서 나오도록 만드는가라는 시상 때문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궁안 버들 어지럽고 성안 가득 아양떠네, 조정 태평 즐겁지만 위험한 말 누가하리’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석주(石洲) 권필(權韠:1569∼1612)로 조선 중기의 시인이다. 선조 때의 시인이자 뛰어난 문장가로 권벽의 다섯째 아들이다. 송강 정철의 문인으로, <홍길동전>의 허균과는 절친했던 친구 사이였다. 사람됨이 호방하여 자유분방하고 남에 구속받기 싫어하였으며 의지가 강하였다.

【한자와 어구】

宮柳: 궁안의 버들(유희분을 가리킴). 靑靑: 푸르고 푸르다. 花亂飛: 꽃이 어지럽게 날리다. 滿城: 성안에 가득하다. 冠蓋: 벼슬아치들. 媚: 아양을 떨다. 아첨하다. 春暉: 봄빛. // 朝家: 조정. 共賀: 다 같이 하례하다. 升平樂: 태평하고 즐겁다. 誰遣: 누가 만드나. 危言: 위험한 말. 出布衣: 베옷에서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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