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흥 남(순천대 강사, 문학평론가)
전 흥 남(순천대 강사, 문학평론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햇볕정책을 이끈 사상가 등으로 김대중이란 이름 뒤에 당연하게 따라붙는 굵직굵직한 타이틀만 보아도 삶의 역정(歷程)과 발자취를 짐작케 한다. 특히 그가 재임하는 동안 남북관계는 비교적 대치상태가 완화되고 평화의 공존이 가능했던 시기였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의 정치 인생 역정과 삶을 보면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본란의 짧은 지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열거할 계제는 아니고 또 적절하지도 않다. 다만 세계의 정세가 불안하고 또 나라가 어수선하고 힘들때마다 그를 호명하고 위안을 삼는 이유를 한번 돌아보고 싶어서다. 그가 온갖 역경(혹은 억압)을 감당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재임(1998-2003)하는 동안에도 통합과 포용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국정을 이끌고 국민을 위한 마음의 근원(深淵)을 한번 환기하고 싶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많은 업적을 쌓으면서 국민들로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정규대학을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 자수성가형 인물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독서광(?)으로 칭할 만큼 독서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고 동시에 국정의 큰 방향도 정했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잠언집 『배움』(다산책방, 2007)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잠언(箴言)의 성격상 그의 사상을 망라해서 담기에는 제한적이고, 또 비서관이 그의 평소 생각과 말을 정리해서 엮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인생관이 올올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다. 다소 의외의 잠언도 눈에 띈다. ‘인생을 모르는 사람’ 항목의 한 구절을 보자. 

“나는 평생을 통해 이성異性을 정말로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인간에 대한 애정도, 인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118쪽)     

여든을 넘어선, 그것도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를 지낸 사람의 권위나 엄숙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성 혹은 반려자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가득한 대목으로 읽힌다. 노소를 불문하고 남녀가 좋아하는 감정을 공유할 때 삶의 활력소가 되고, 또 서로가 당당해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에너지가 건강한 삶을 지탱해 주는 열정이 되고, 동시에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청량제가 되는 건 아닐까.  

이외에도 삶의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균형 있게 판단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대목,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들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야 말로 더 큰 스승일 게다”(109쪽)라고 적시한 대목을 통해서는 포용력과 겸허함을 가늠케 한다. 또 ‘건강의 비결’에 대해 답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첫째, 과음・ 과식 등 무리를 하지 말 것, 둘째, 고민거리가 있으면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생각해서 결단을 내리고 이를 마음속에 두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 것, 셋째,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할 것, 넷째, 정신적으로 떳떳하고 명랑한 자세를 갖도록 노력할 것.”(99쪽) 

‘건강의 비결’과 관련한 대목은 새삼스럽거나 비방(秘方)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실천이 관건임을 제시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자세로 실천하며 사는 삶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근래 들어서 부쩍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 자리가 유난히 커 보이는 이유가 뭘까? 다큐 영화 <길위의 김대중>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chn00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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