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기 발행인
황망기 발행인

#1.

지난 11일 광양시의회 제325회 임시회가 열리고 있던 의회 본회의장. 시정질문을 마친 박 모 시의원이 갑자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은 본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과 시정질문을 듣기 위해 회의장을 찾은 시민들은 물론 시청 전 부서에도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느닷없이 “00씨, 저와 결혼해 주실거죠?”라며, 공개 프로포즈를 했다. 지극히 사적인 일을 가장 공적인 공간에서 한 그의 용기를 칭찬하기에 앞서 본회의장이라는 공적 공간을 의원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저렇게 사적으로 사용해도 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2.

지난 4일, 광양시의회 의원간담회장. 통상 매주 월요일 열리는 의원간담회에는 집행기관의 부서장들이 현안업무를 의회에 보고하고, 사전 조율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체육과 업무보고 순서가 됐을 때, 안 모 의원이 갑자기 “의원들에게 인사도 안하는 과장의 업무보고는 들을 수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주변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해당 과장과 안 의원은 지난해 11월에도 한차례 충돌한 바 있다는 것. 당시 안 의원은 해당 과장에게 e스포츠와 관련된 질문을 하다 “우리 소관업무가 아니다”라는 답변에 “과장이라는 사람이 자기업무도 모르느냐?”고 공개면박을 주었고, 해당업무가 체육과 소관인지, 아닌지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e스포츠는 스포츠라는 용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에 따라 문화예술과 업무다. 자신이 착각한 것을 인정하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결국 두 사람간의 사적인 감정싸움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업무보고 거부 논란이 있기 전 해당과장은 의원사무실을 찾았다 안 의원에게 인사를 하려 했으나 안 의원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공개된 장소에서 “의원을 봐도 인사도 하지 않는 사람의 업무보고는 받을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워 결국 해당 과의 업무보고는 서면보고로 대체됐다고 한다.

선거직 공직자인 시의원은 공인이다. 공인에게는 그에 걸맞는 책임이 따른다. 사적인 감정을 공적업무에 대입하는 것도, 사적인 개인사를 공적인 공간에서 해결하려 하는 것도 공인의 자세는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지만, 자질이나 품성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권위는 직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사적 감정을 공적 업무로 끌어들이는 일도, 공적 공간을 사적으로 활용하려는 욕심도 제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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